우리는 왜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을 더 오래 기억할까?
하루 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기분 나빴던 일 하나만 계속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여러 번 칭찬을 받았는데도 한 번 들은 부정적인 말이 마음에 오래 남기도 합니다.
분명 즐거운 하루였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마지막에 있었던 불쾌한 일만 자꾸 곱씹게 될 때도 있지요.
왜 우리는 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 더 쉽게 마음을 빼앗기는 걸까요?
심리학에서는 이와 관련된 현상을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부정성 편향이란 무엇일까?
부정성 편향이란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가 있을 때, 부정적인 정보가 우리의 주의와 판단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번 자료 정말 잘 만들었어요. 내용도 좋고 정리도 깔끔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은 조금 아쉽네요.”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 칭찬에 가까운 평가입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말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마지막 부분은 조금 아쉽네요.’라는 한마디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정보가 언제나 긍정적인 정보보다 강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심리학 연구에서는 부정적인 자극이 특정 상황에서 긍정적인 자극보다 우리의 주의나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보고됐습니다. 신경과학 연구를 검토한 연구에서도 부정성 편향을 뒷받침하는 결과들이 확인됩니다.
우리는 왜 나쁜 것에 더 민감할까?
한 가지 설명은 생존과 관련된 중요성입니다.
먼 과거의 환경을 떠올려 보면 먹을 것을 발견하고 좋은 기회를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눈앞의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훨씬 큰 대가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하나 놓치는 것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 하나를 놓치는 것은 결과의 크기가 전혀 달랐을 것입니다.
따라서 위험하거나 해로울 수 있는 정보에 빠르게 주의를 기울이는 성향은 생존에 유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정성 편향을 다룬 연구에서도 이러한 진화적 설명은 이론적 배경 가운데 하나로 제시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부정적인 것에 민감한 우리의 마음을 단순한 결함이라고만 볼 필요는 없니다. 오히려 위험을 빠르게 발견하기 위해 발달해 온 하나의 심리적 경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말 한마디가 오래 남는다
부정성 편향은 특별한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들었던 서운한 말, 회사에서 받았던 작은 지적, SNS 게시물에 달린 부정적인 댓글처럼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정보는 우리의 주의를 강하게 끌 수 있습니다. 긍정적 자극과 부정적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을 비교한 일부 연구에서는 부정적 자극에 상대적으로 더 일관된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것을 단순히 ‘뇌는 부정적인 것을 좋아한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연구자들은 자극이 얼마나 강한 감정을 일으키는지와 같은 다른 요인들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인간의 뇌는 무조건 나쁜 기억을 더 오래 저장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정보가 특정 상황에서 우리의 주의와 판단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렇다고 좋은 기억이 약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부정성 편향이 존재한다고 해서 언제나 나쁜 기억이 좋은 기억보다 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전적 기억을 연구한 논문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불쾌한 사건과 관련된 감정의 강도가 즐거운 사건보다 더 빠르게 약해지는 현상도 소개합니다. 즉, 우리에게는 부정적인 경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뿐 아니라 그 경험의 충격에서 서서히 회복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이에 따른 차이도 발견됩니다. 100개의 연구를 분석한 한 메타분석에서는 젊은 성인에게서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정보에 대한 편향이 나타났지만, 나이가 많은 성인에게서는 긍정적인 정보에 대한 선호가 나타났습니다.
결국 우리의 마음은 단순히 **‘나쁜 것만 기억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설명하기에는 훨씬 복잡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에 휩쓸릴 때 해볼 수 있는 것
부정적인 일이 계속 떠오른다면 먼저 **‘내가 지금 무엇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렸을 때 불쾌했던 한 가지 일만 생각난다면, 그 일이 정말 오늘 하루 전체를 대표하는 사건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 중 괜찮았던 것은 무엇이었지?”
“한 사람의 부정적인 평가가 정말 전체 평가를 의미할까?”
“지금 내가 떠올리는 생각과 실제 사실은 같은 것일까?”
이런 질문의 목적은 억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불편한 감정을 무시하거나 '좋게 생각해야 한다'라고 자신을 설득하는 것도 아닙니다. 부정적인 정보 하나가 전체 상황을 대표하지 않도록 생각의 범위를 조금 넓혀보는 것에 가깝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부터
좋았던 일은 금세 잊힌 것 같은데 좋지 않았던 한마디가 계속 떠오른다고 해서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에는 부정적인 정보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언제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기 생각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상황의 전부일까?'
이 작은 질문 하나가 자기 생각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나를 이해하면, 내일의 생각은 조금 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Norris, C. J. (2021). The negativity bias, revisited: Evidence from neuroscience measures and an individual differences approach. Social Neuroscience, 16(1), 68–82.
Reed, A. E., Chan, L., & Mikels, J. A. (2014). Meta-analysis of the age-related positivity effect: Age differences in preferences for positive over negative information. Psychology and Aging, 29(1), 1–15.
Walker, W. R., Skowronski, J. J., & Thompson, C. P. (2003). Life is pleasant—and memory helps to keep it that way! Review of General Psychology.